님,

어제 하늘의 얼굴을 보았나요?

어떤 빛깔, 어떤 모습이었는지 떠올려 보고 글과 말로 표현해 보세요. 시선이 닿는 모든 것들을 나의 언어로 풀어 말할 때, 비로소 세상을 새로운 눈으로 읽어내게 될 거예요.

오늘은 풍경을 다루어 봅시다.

금주의 키워드로 읽는 소설

지구에서 온 시그널⚡

나는 문득 걸음을 멈추고 서녘 하늘을 응시했다. 내 발을 따라 질주하던 시간이 내 뒤꽁무니에 부딪혀 멈춰 섰다. 해 그림자가 반대쪽 지평선까지 어스름하게 덮여 있었다. 짙게 깔린 구름에 산란하는 태양빛으로 하늘이 온통 타는 듯 붉었다. 내가 시선을 두는 사이에 서녘 하늘은 황금빛으로 빛나다가 짙은 코발트빛으로 물들었고 숨어 있던 별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 풍경을 보지 못한다. 

김보영 「다섯 번째 감각」

작가에게 듣는 글쓰기 팁

별 말 씀✨

"주변의 지형물을 생동감 넘치게 표현하고 싶었는데 막상 글을 쓰고 보니 맥아리 없게 느껴져요." "멋들어진 자연경관을 보고 벅찼던 마음을 친구에게 전하려 했지만 상투적인 말밖에 떠오르지 않았어요." 많은 사람들이 묘사의 어려움을 토로하곤 합니다. 이에 관해 <작별인사>, <살인자의 기억법>의 작가 김영하 님께서 남기신 말씀이 있어요.

글이라는 것은 상상에서 나온다기보다, 오감을 이용해서 잘 느끼는 거예요. 바닷물도 만져보고 해초 미끈거리는 것도 만져보고, 발에 닿는 느낌도 음미해 봐야 해요.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은 굉장히 관찰력이 좋고 걸을 때도 세밀하게 봅니다. '해운대 갔는데 너무 좋더라'라고 쓰는 것보다, '해운대에 도착했을 때 이미 해가 지고 있었고'라고 쓴 것을 나중에 보면 그때 느꼈던 감정이 생생하게 더 잘 살아나요. 그래서 글을 쓸 때 더 풍성하게 쓰게 됩니다.

이 말은 글쓰기보다, 사물을 감각하는 행위의 습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지금 바로 주변을 둘러보세요. 여러분은 스스로에게 주어진 감각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나요?

참고자료: SBS 「집사부일체」 223~224화

다른 분들은 어떻게 답변했을까요?

미로의 흔적🐾

허세

잿빛의 시야에 비치는 것은 낯선 손바닥이었다. 분명 텅 빈 나의 손바닥인데 무엇이 그리 익숙하지 않은지. 손바닥의 주름진 사이사이로 회색빛 거품을 닮은 무언가가 몽글거리는 것 같았다. 문득 손을 쥐었다 펴면 그 사이로 반짝이는 무언가가 날카롭게 스쳐 지나가는 느낌도 들었다. 그 어느 날의 회색을 넘어서면 언젠가 돌아올 푸름이 손바닥을 간지럽혔다. 다시 내려다 본 나의 낯선 손바닥에는 작은 하늘이 담겨 있었다.

식은 콘푸로스트

비에 젖은 풀 냄새 속 거칠거칠한 검은 하늘의 매콤한 몸부림

유니콘맛 망아지

꿉꿉한 여름 어느 자락. 컴컴한 시야로 요란한 빛이 번쩍인다. 집 앞에 떨어진 벼락은 기이했다. 마치 온 세상을 번개가 다 잡아먹은 것처럼 집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빛은 새하얗다. 그 짧은 순간이 지나고 뒤이어 전쟁터 한가운데 폭격을 맞은 것처럼 소리가 온몸을 쿵쿵 때렸다. 너무 놀라 입안에 고인 침이 뚝 떨어졌고, 혼자 남은 집안에 공포가 들이찼다. 그 순간만큼은 세상의 끝이 온 것 같아서 거대한 자연의 경이로움에 목 언저리가 끈적하니 차가웠다. 창밖에는 사라진 천둥 대신 희끄무레한 연기가 스멀스멀 탄내를 자아냈다.

모르는개산책

걱정을 싱겁게 쓸어내리던 물비늘 모른 채, 빛은 기어이 퍼덕이며 운다. 가파르게 무너진 울타리에서 이번에는 고약한 걱정이 쏟아진다. 

많은 구독자분들께서 소중한 답변을 보내 주셨어요! 이 문제는 한자어 없이 순우리말 표현만을 활용하여 작문하도록 하는 문제예요. 일부 답변에 한자어가 포함되어 있었으나 출제 취지에 부합하는 것으로 판단, 구별 없이 싣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응답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퇴사기원

마루같이 맑은 바다는 거칠게 흔들리고 있다. 자연을 거스를 수는 없지만 그 자연의 흐름을 이용해 즐길 수 있는 법. 물살 위에 당당하게 서 있는 마치 마루 위를 나르샤. 자유로운 모습은 라온 보인다.

Gang. R. G

네모꼴의 물그릇 곳곳에는 짠내가 스며 있다. 안에는 개미만 한 사람 하나! 돌아올 마음이 없는 눈치다. 바위며 물구름이 갖은 수선을 떨며 다리 새로 굼실굼실 엉켜들지만 아랑곳 않는다. 밖에서야 한 뼘이 채 못 되는 너울. 안에선 숨이 이미 턱이래도 모를 일이지만, 널 하나에 몸을 맡긴 이는 거침없이 바다의 앞섶을 헤친다. 깎아지른 물 벼랑 너머로 알른대는 마지막을 보지 못한 듯. 네모꼴의 물그릇 곳곳에는 짠내가 스며 있다.

물만난 막국수

큼지막한 물너울이 이리저리 부딪힌다. 그 모양새가 땅에 쏟아진 미리내 같다.

그는 한껏 멋거리진 차림을 한 채 바다에 몸을 맡겼다. 으르렁거리는 놀 위에서 그는 두려울 것이 없었다. 세차게 몰아치다 또 이내 올랑촐랑 움직이며 수그러드는 너울을 마음껏 헤가르는 그의 모습은 마치 사나운 황소를 마주한 투우사와 같았다. 뜨거운 여름, 새맑은 하늘에 안긴 한낮의 눈부신 햇발도 그가 가르는 물결과 견주면 잔잔하게만 느껴졌다.

제작자들이 실험하는 언어 중력 탈출기

ooog 탐사일지

러제

'~ㄴ 것 같다'를 입에 달고 사는 사람 중 한 명입니다. 의견에 자신이 없을 때, 내 생각을 강력하게 어필하기 부담스러울 때 마치 무기처럼 쓰는 말입니다. 내 생각, 경험, 감정을 말하는 것에 '~것 같다'라는 가정은 불필요한데 말이죠. 꽤 오랫동안 써왔습니다. 저는 제 의견을 주장하거나 타인을 설득하는 것이 굉장히 서툰 사람이라서 그래야만 하는 상황이 생길 때마다 '~ㄴ 것 같다'라는 말을 방패 삼아 뒤에 숨곤 했습니다. 중력에서 벗어나는 것은 어렵기만 했습니다. 습관적으로 쓰던  말이다 보니 회의 중 말을 마무리 지을 때 멈칫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했습니다. 대체어를 찾다 보니 마치 기상캐스터처럼 말하고 있더군요. 어딘가 고장 난 듯해 보이긴 했지만요. 하하. 앞으로 더 노력하려고 합니다. 여러분, 만약 '~ㄴ 것 같다'가 튀어나올 것 같으면 명언 뒤에 '~ㄴ 것 같다'를 붙여보세요. 왜 경계하면 좋을 단어인지 바로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마틴 루터 킹 "나에게는 꿈이 있는 것 같다."

-ㄴ 것 같다 🚨🚨🚨🚨🚨🚨🚨🚨

시그니처_K

색다르게 회의 시간에 언어 실험을 했다. 평소 자기주장이 강하지 않은 내가 꽤 많이 쓰는 표현 중 하나여서 걱정이 많았다. 말끝을 종종 흐리게 됐지만 '~라고 생각한다', '~라는 느낌이 든다' 등과 같이 좀 더 분명한 표현을 활용했다. 내 의견을 확실하게 전달하고자 '~인 것 같다'는 최대한 지양하도록 계속 노력해야겠다.

-ㄴ 것 같다 🚨🚨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더워, 라고 잘라 말하지 못하는 사람. 스스로가 아닌 대상과 환경에게로 주의를 돌려 말하는 사람. 바로 나. 왜냐고? 그건 나도 모른다. 나도 나를 모르니까. “더워.” “배고파.” “내 생각은 이래.” 한마디로 단정하기에 내 감정과 생각은 너무도 복합적이고 불가해하니까! 라는 해묵은 아집과 배짱으로 ‘흐리멍덩하게 말하기’를 즐겨 왔다. “여기 좀 더운 것 같아.” “맛있는 것 같아.” 상비약처럼 쓰던 말이 극약이 될 줄이야. 나와 대화하는 사람들은 으레 되묻기 일쑤였다. “그래서, ~라는 말씀이시죠?” “제가 이해한 바가 맞나요?” 흐리멍덩하게 말하는 사람은 실제로 흐리멍덩하지는 않을지라도 그렇게 보일 수밖에 없다. 구태를 탈피하니 목소리가 절로 도렷해진다. 선명한 사람이고 싶다면 선명하게 말할 것!

-ㄴ 것 같다 🚨🚨🚨🚨

한철

‘그 대상의 속성에 비할 만함’의 뜻으로 사용되는 ‘-같다’는 줄곧 경계를 해왔습니다. 생각과 의견을 책임, 나아가 미움으로부터 무관한 것으로 두기 위한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하물며 기분과 취향을 말할 때도 그렇습니다. 어느 시기를 기점으로 주변들이 제 마음마저 떨어트리곤 뒤집어쓴 미덕을 지각하게 되었습니다. 그 천은 얇디얇아서 그들의 모양이 울퉁불퉁 생생했습니다. 저는 천 아래로 기어들어가 손전등을 비추고 마주 보는 걸 좋아합니다. 그들이 자신을 밝히는 얼굴을요. 그래서 저부터 노력하는 중입니다. 2차 언어 실험을 통해 획일화 탈피를 함께해 보람됩니다.

-ㄴ 것 같다 💯   

맞춤법, 띄어쓰기 한 조각 더하면 당신도 첨(+)문학자!

첨문학자🔭

1) 놀래다, 놀래키다

'놀래다'는 표준어, '놀래키다'는 비표준어!

혹시 알고 계셨나요?

'놀라게 하다'라는 뜻의 표준어 표현은 '놀래다'라는 사실!

놀라다(동사) - 놀래다(활용형) - 놀래키다(x)

'놀래키다'는 '놀래다'의 방언이랍니다. 여러 문학 작품에서 이야기의 맛을 살리기 위해 구어 표현인 '놀래키다'를 사용하는데요. 올바른 표준어 표현도 기억해 두면 좋겠지요?

그래도 어렵다면?

'놀래다'를 문법적으로 쪼개 보면 다음과 같은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놀라-  +  -이-  +  -다 

'놀라-'와 '-다' 사이에 낀 사동 접미사 '-이-'가 보이시나요? '놀라다'를 사동사로 만들어 주는 아주 긴요한 녀석이에요. '놀라다'에 '-이'가 들어가 '놀래다'가 된다는 것, 잊지 마세요!

마당에서 자디잔 거품을 일으키며 머리를 감는 곤의 뒷모습을 보고 소리 없이 다가가 등이나 옆구리를 찔러 놀래줘야겠다고(o)/놀래켜줘야겠다고(×) 장난스러운 마음을 먹은 순간, 그녀는 멈춰 섰다.

구병모, 「아가미」

오베는 고양이를 놀래서(o)/놀래켜서(×) 쫓아내려고 현관문을 일부러 세게 꽝 닫았다.

프레드릭 베크만, 「오베라는 남자」

2) 이중에 vs. 이 중에, 그중에 vs. 그 중에

1. 이중에 범인이 있어.
2. 이 중에 범인이 있어.
3. 그중에 범인이 있어.
4. 그 중에 범인이 있어.

답은 무엇일까요?

정답은

2번 이 중에 범인이 있어.

4번 그중에 범인이 있어. 입니다.

이 ∨ 중에

그중에

왜 '이 중'은 띄어 쓰고, '그중'은 붙여 쓰는 것일까요? '이'와 '그'는 둘 다 지시관형사특정한 대상을 지시하여 가리키는 관형사예요. 이 사람, 그 책, 이 가방, 그 일…. 대게 이렇게 명사 앞에 붙어서 대상을 꾸며 주지요. 그런데 뒤에 '중'이 붙으면 서로 다른 형태가 된답니다. 
'이'와 '중'을 쓸 때는 각 단어의 의미를 그대로 가져와 쓰므로, '이 중'은 '이것들 가운데'라는 뜻이 돼요. 그렇지만 '그중'은 한 단어 명사로 굳어져 사전에 등재된 합성어입니다. 그래서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범위가 정해진 여럿 가운데'라는 뜻이 되므로, 띄어쓰기 없이 붙여 써야 하지요.

그래도 어렵다면?

우리 이렇게 외워볼까요? '이 중'은 ‘이중(二重)’과 헷갈리지 않도록 '이 중'이라고 쓰기! '그 중'은 헷갈릴 동음어가 없으니 '그중'이라고 쓰기!

여러분의 목소리로 더, 유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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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참신한 답변을 기다립니다!

지난주 뉴스레터 유익 제1호 설문 이벤트의 당첨자를 공개합니다. 당첨되신 분들께는 설문 시 기입해 주신 연락처로 ~7/15(금)까지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기프티콘이 발송될 예정입니다. 앞으로도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 허세, 유니콘맛 망아지, 물만난 막국수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