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혹시 마음 깊숙한 곳에 귀기울여 본 적 있나요?

어딘가 옹이져 곪아가는 부분이 있었다면, 내 감정에 솔직하지 못했던 순간이 있었다면 들여다보아요. 나를 가장 잘 알아야 하는 사람은 바로 나일 테니까요.

오늘은 감정을 다루어 봅시다.

금주의 키워드로 읽는 소설

지구에서 온 시그널⚡

매미가 울자 플라타너스가 운다. 울고 싶은 건 나인데. 내가 울고 싶은가. 온몸으로 울고 싶은가. 시커먼 모기가 팔꿈치로 달려들기에 입바람으로 쫓아냈다. 울고 싶은 와중에도 모기에게 빨리는 피를 아까워하는 내가 우습다. 참았다가 집에 가서 울어야지. 샤워를 하고 차디찬 맥주를 마시면서, 맥주캔이 탁자 위에서 조용히 우는 걸 잠자코 지켜보면서 울어야지.

팔꿈치를 주세요 「안윤, 모린」

작가에게 듣는 글쓰기 팁

별 말 씀✨

내 감정 혹은 인물의 감정을 글로 묘사할 때 가장 관건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감정을 정의하듯 글자로 옮기지 않는 거예요. 세상에 같은 슬픔, 같은 기쁨은 없잖아요. 슬프다, 기쁘다, 화가 나다, 이렇게 감정의 범위를 단어 하나로 한정해 두면 다른 사람이 읽었을 때 진실로 공감하기 어렵고, 감정들은 추상화된 막연한 표현 안에 갇히게 되겠지요.

제희가 능숙하게 화제를 전환해가며 둘 사이를 달래는 동안 나는 조수석 모서리를 손으로 붙들고 있었다. 고집스럽고 뜨거운 것을 무릎에 올려두고 앉은 기분이었다. 파도를 수차례 타고 넘는 것처럼 가라앉았다가 떠오르고 가라앉기를 반복하면서, 아슬아슬하게 나아가는 길이었다.

이장욱,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10주년 특별판 - 절반 이상의 하루오」

‘걱정이 되었다.’, ‘좌불안석이었다.’처럼 직접적인 표현 없이도 인물이 느끼는 초조함이 고스란히 전해지지요? 여러분도 묘사와 비유를 활용하여 감정을 속속들이 표현해 보세요.

참고문헌: 장선화, 「장선화의 교실밖 글쓰기」

다른 분들은 어떻게 답변했을까요?

미로의 흔적🐾

터프한 솜사탕

‘그냥 참고 살지 뭐.’하면서 참아왔던 말들을 다 할래요. 학창시절 저를 힘들게 했던 친구들, 말도 안 되는 것으로 가스라이팅을 했던 전 직장 상사 등 저에게 상처를 줬던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거예요. 그러고 다음날 기억 안 난다고 하죠 뭐. 정말 기억이 나지 않으니까요!

괴팍한 뽁뽁이

일단 학교엔 가지 말아야겠어요. 서울 와서 한 번쯤 해보고 싶은 계획이 있었는데 바빠서 못해 본 걸 도전할래요. 지하철 2호선 순환 역을 한 바퀴 돌아보는 거에요. 사람 구경도 하고 제가 내리고 싶은 역에 내려 구경하고.. 밥 먹고.. 집에 와서 그날 찍은 사진을 아이패드에 담아 드로잉하며 하루를 마무리하고 싶어요.

곰살맞은 부대볶음

인생 맛집 투어를 하고 싶어요. 좋아하는 칼국수 가게에 가서 만두칼국수를 해치우고, 와플을 먹으며 걷다가 단골 감자탕집에서 점심으로 감자탕과 볶음밥! 그다음에는 아인슈페너가 끝내주는 카페에 들렀다가, 나와서 매콤짭짤한 멕시코 요리를 저녁으로 즐길 거예요.

현란한 하품

환경은 변함없으니 평소처럼 살 거예요. 대신 부지런히 하늘을 볼래요. 이른 아침에 일어나서 강아지와 산책하고 집에 있는 재료로 밥 차려서 가족과 먹고!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평생 바람을 무겁지 않은 안부로 남겨요. 노래를 듣고 영화도 본다면 좋겠는데, 어떤 태도로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을 갖고 싶어요. 좋아하는 책을 음미하면서요. 해 질 녘 산책은 필수랍니다!

이재용의 애플워치

안녕? 나는 아쉬움이야. 숱하게 너와 마주했던 순간이 떠오른다. 자의든 타의든 흘려보냈던 기회들에 함께했던 나로 인해 네가 꽤나 아파했던 것 같아. 물론 그 시간이 아픔일 때도 많았지만 더 심기일전해서 지금의 멋진 네가 된 것 같아 한편으로 다행스럽고 뿌듯해. 너와 적당히 거리를 두며 지낼 수밖에 없는 나지만 늘 곁에 있을게.

바나나 바운스

안녕, 나는 ‘자랑스러움’이야. 너는 타인을 보며 나를 느끼지만 너 자신에게는 나를 느끼지 못하고 있더구나. 네가 무언가를 해냈을 때, 몇 개월간의 노력이 결실을 이루었을 때, 나를 곰곰이 떠올려 봐. 이제까진 네가 자만하면 안 된다며 나를 계속 거부해 왔잖니. 때로는 나를 온전히 느끼는 것도 중요해. 그게 오히려 너에게 자신감의 날개를 달아줄 수 있거든! 어때, 이제 나를 좀 돌아봐 주지 않을래? 너 자신도 돌보고 말이야.

잘 지내냐. 난 질투다. 우리가 제대로 마주본 적이나 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꽤 오랫동안 네 주변을 맴돌았다. ‘뭐야, 난 너 같은 것 없는데?’ 평소의 너라면 분명 이렇게 이기죽거릴 것이다. 넌 솔직해져야 해.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해봐. 네 안에 정말 내가 없었어? 나는 날것으로 펄떡이는 감정이야. 너를 통과해 지나가도록 하지 않으면 종내 고여서 썩어버릴 거라고. 대수롭지 않은 척 쿨한 척 삭이지 말고, 내게 시간을 좀 할애해라.

심심한 겨자씨

안녕, 나는 네 우뇌에 세 들어 사는 담담이야! 네가 종종 감정 기복이 심해지곤 하는 요즘 내가 더욱 필요할 것 같다고 느껴. 그런데 너는 날 자꾸 내쫓으려 하더라. 서운해! 보기보다 난 굉장히 많은 일을 하고 있다고. 네가 성공과 실패, 환희와 좌절의 순간에 휩쓸릴 때 내가 얼마나 전력을 다해 너를 붙드는데, 그리고 얼마나 큰 안정감을 주는데. 너도 알아주었으면 좋겠어. 너를 세상의 템포에 안전히 스며들게 하는 건 바로 나, 담담함이라는 걸!

제작자들이 실험하는 언어 중력 탈출기

ooog 탐사일지

러제

‘이쯤이야’라고 생각했는데, 습관처럼 굳어진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게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습니다. ‘헐’은 평소에 잘 쓰지 않지만 ‘진짜’와 ‘그냥’은 조금만 신경 쓰지 않으면 바로 튀어나오더라고요. 매번 신중히 말하려니 어려웠지만 의도적으로 대체어를 찾는 것이 즐겁기도 했습니다. 고치고 싶은 언어 습관이 있다면 이 방법을 시도해 보시길 추천하고 싶네요 :)

헐 💯   진짜 🚨x2   그냥 🚨x2

시그니처_K

처음에는 헐, 진짜, 그냥 없이도 쉽게 표현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막상 대화를 시작하니 이 단어들이 제 말 곳곳에 자리하고 있더라고요. 특히 '진짜'는 촬영한 영상을 다시 보는 내내 나왔어요. 이 경험을 조금 더 구체적이고 다양한 표현을 고민하는 계기로 삼아야겠어요. 여러분도 말할 때 어떤 단어를 많이 쓰고 어떻게 말하는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지시길 추천합니다.

헐 💯   진짜 🚨x7   그냥 🚨x5   

‘헐, 진짜, 그냥’을 입꼬리에 달고 사는 사람입니다. 실험을 시작하자마자 입을 꾹 다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문득 서툰 외국어로 해외여행을 떠나던, 코로나 이전의 호시절이 떠오르더군요. 이 단어가 맞던가, 지금 상황에 어울리는 말인가, 이거야 원 주워 담을 수도 없고, 어이쿠. 경각심 없이 쏟아내는 우리들의 언어에도 가끔은 약간의 긴장이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헐 💯   진짜 🚨x3   그냥 🚨x2   

한철

험난함을 감지했습니다. 아이디어는 이미 질문으로 탈바꿈한 후였지만, 제 언어로써 탄생한 적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파블로프의 개처럼 놀랐을 때면 ‘헐’, 강조할 때는 ‘진짜’, 복잡하거나 진심일 때는 오히려 ‘그냥’이라 둘러댔던 표현들에 색인 작업을 시작한다니.

 역시나였습니다. 금지어 첫 번째 발화자가 바로 저였습니다. 양산형 꾸밈말에 목줄이 걸린 탓에 멀리 가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관성에 바투 붙는 반동이 상당히 즐겁습니다. 글 안에서 곧잘 쉼표를 씁니다만, 구술 상황에서도 잠시 멈추고 온점까지의 길을 살필 수 있었습니다. 하루하루 의식적으로 말을 나열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소통이라 함은 막히지 않고 잘 통하는, 서로 뜻이 통하여 오해가 없음을 뜻한다고 합니다. ‘진짜’ 좋았던 무수한 것들끼리의 차이점부터, ‘그냥’으론 괜찮지 않았던 순간까지. 진정한 소통이었는가 되짚어 보며, 다이어리가 여러분의 초행길 산책에 산뜻한 단짝이길 바랍니다.

헐 💯   진짜 🚨x2   그냥 🚨x4   

맞춤법, 띄어쓰기 한 조각 더하면 당신도 첨(+)문학자!

첨문학자🔭

1) -든지, -던지

‘-든지’는 선택, ‘-던지’는 의문!

‘-든지’는 여러 가지 중 어느 것이든 선택될 수 있거나, 무엇이 선택되어도 상관없을 때 사용합니다. 반면에 ‘-던지’는 막연한 의문을 뒤의 사실과 관련지을 때 사용합니다. 즉, ‘밥을 먹든지 말든지.’에서는 ‘-든지’를 쓰고, ‘어찌나 빠르던지 땀이 식었다.’에서는 ‘-던지’를 써야 하는 것이지요.

그래도 어렵다면?

‘-든지’는 ‘-거나’와 동일한 의미라서 바꾸어 쓸 수 있어요! ‘-든지’를 써야 할지 ‘-던지’를 써야 할지 헷갈린다면, 같은 자리에 ‘-거나’를 넣어 보세요. 자연스러우면 ‘-든지’를, 부자연스러우면 ‘-던지’를 쓰면 된답니다.

원래 저 나이가 낙엽만 굴러가도 실실 쪼개든지(○)/쪼개거나(○)/쪼개던지(×) 멱살 잡고 시비 걸든지(○)/걸거나(○)/걸던지(×), 둘 중 하나는 하고 싶어지는 때다.

구병모, 「한 스푼의 시간」

하지만 서진은 명함 하나로 모든 게 설명될 줄 알았든지(×)/알았거나(×)/알았던지(○) 복희의 반응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천선란, 「천개의 파랑」

2) 몇 달간 vs. 몇달 간 vs. 몇 달 간

1. 몇달간은 꼼짝 못 해.
2. 몇 달간은 꼼짝 못해.
3. 몇달 간은 꼼짝 못 해.
4. 몇 달 간은 꼼짝 못해.

4가지 중 어느 것이 한글 맞춤법상 옳은 표현일까요? 정답은 2번 몇 달간은 꼼짝 못해.입니다.

몇 ∨ 달간

‘몇’은 관형사로서, 뒤에 오는 체언(명사, 대명사, 수사)을 꾸며요. 그런데 뒤에 오는 ‘달’은 의존명사이니 띄어 써야겠지요? 그 뒤의 ‘간’은 기간을 나타내는 일부 명사 뒤에 붙는 접미사이므로, ‘몇 달간’으로 쓰는 것이 맞습니다.

잘 안 외워진다면 이렇게 읽어볼까요?

몇~~~ 달간.

한~~~ 달간.

두~~~ 달간.

세~~~ 달간.

어때요? 참 쉽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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