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어제 하루는 잘 말랐나요?

축축한 시간도 잘 말려서 옷장에 넣어 두면, 훗날 가뿐한 마음으로 꺼내 입을 수 있을 거예요.

오늘은 인생을 다루어 봅시다.

깨끗해지고 잘 말라서 기분 좋은 나를 걸치고, 하고 싶은 일 하는 거야.

뮤지컬 「빨래」 中

금주의 키워드로 읽는 소설

지구에서 온 시그널⚡

내 삶에 그들의 삶을 덧대어보고는 한다. 사지 않을 옷을 거울 앞에 들고 서서 몸에 대어보듯이. 그러고 나면 잔상이 남는다. 펜으로 눌러쓴 자국이 다음 페이지에까지 남듯이. 그 자국을 손끝으로 훑으며 삶이란 무엇일까 생각한다. 나에게 어울리지 않았지만 예쁘기는 참 예쁘던 옷을 떠올리듯이. 결국 삶이란, 일어난 일과 일어나지 않은 일의 덧셈이나 뺄셈이 아닐까. 했어야 하는 일과 하지 못한 일의 곱셈이나 나눗셈일지도 모르고.

하유지, 「새벽의 방문자들 - 룰루와 랄라」

작가에게 듣는 글쓰기 팁

별 말 씀✨

소설을 쓰는 사람들에게 이따금 찾아오는 딜레마가 있습니다. ‘작품과 삶을 분리해야 하는가?’ ‘작품 안에서 나는 완전히 새로운 관찰자·주인공이 되어야 하는가?’ 내 창작물에서 내 이야기, 내가 당면한 현실을 완전히 떼어 놓을 수 있을까요?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를 저술한 영미문학의 거장 필립 로스는 작가가 자기 삶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날카롭게 통찰합니다.

작가로서 다른 사람으로 분장하는 역할에 참여하기 위하여, 작가는 꼭 자신의 전기를 완전히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작가가 그렇게 하지 못할 때 더 흥미로워질 수 있습니다. 작가는 자신의 전기적 삶을 왜곡하고, 희화화하고, 패러디하고, 고문하고, 전복하고, 이용하는데, 이 모든 것이 전기에 자신의 언어로 만들어낸 삶을 흥미진진하게 만들 수 있는 그런 차원을 부여하기 때문입니다.

작가가 해야 하는 것은 다만, 의도와 무관하게 삶이 어떤 방식으로든 작품의 일부가 될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엄밀히 말하자면 삶이라기보다, 삶의 레퍼토리를 작가 자신만의 언어로 표상한 원시 상태의 서사에 가깝겠지요. 그러니 이제는 혼란스러워하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우리는 지금도 우리가 갓 구워낸 이야기를 살고 있는 셈이니까요!

참고문헌: 파리 리뷰,

「작가란 무엇인가 : 소설가들의 소설가를 인터뷰하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답변했을까요?

미로의 흔적🐾

우울을 항해하는 바다

SF 장르를 좋아해서 토끼는 휴머노이드 로봇 혹은 유전자 조작 인간, 거북이는 보통의 인간 같다고 상상을 한 적이 있습니다. 토끼는 물론 거북이보다 골인 지점에 도착하는 것이 쉽겠지요. 빠른 두 다리같이 빠른 두뇌 회전을 갖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우리 거북이들은 노력하는 방법을 배웁니다. 항상 그렇듯이 진화하겠지요. 원래 알던 줄거리와 바뀐 것은 없겠네요. 뒤처졌던 거북이가 승리한다. 인간 승리라는 단어가 괜히 있을까요. 이 말이 미래에도 적용될 수 있도록 우리는 항상 노력할 겁니다.

기타치는 토깽이.

거북이는 느리니까. 부지런하다는 이미지가 있지만, 사실은 느긋하다. 하늘을 올려다보거나, 나무 그늘에 누워서 바람을 느끼곤 한다. 그런 거북이를 보고 토끼가 다가와 누워 있을 시간이 없다고 달려왔다. 거북이는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토끼는 당장 갑옷을 입어야 한다고 하면서 거북이 전용 갑옷을 내밀었다.

"전쟁이 일어났어. 가야 해!"

"갑자기 무슨 전쟁? 늪의 나라와는 평화협정을 맺었잖아."

거북이는 말꼬리를 늘어트리며 물었다. 평화협정을 맺은 것도 고작 두 달이다. 근데 뭔 전쟁이야.

"늪의 나라가 아니야. 청해의 나라야!"

토끼는 발을 동동 굴렀다.

"청해라고?"

"그래! 우리에겐 불리한 조건이라 거북이야. 네가 있어야 해. 그러니까, 어서 가자."

거북이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청해는 종종 교류할 때마다 구역으로 부딪힌 적이 있다. 결국 선을 넘었군. 토끼는 큰 귀를 흔들었다. 그래, 육지에서만 활동할 수 있는 자들에게는 거북이같은 물에서도 싸울 수 있는 자가 필요하다. 거북이는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내가 나설 때인가. 거북이는 갑옷을 입었다. 토끼는 언덕을 두 개 넘으면, 게이트가 열려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뭐가 그리 급한지 먼저 간다고 달렸다. 거북이는 점이 되어 사라지는 토끼를 보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갑옷 입고 뛰어봤자 언덕 하나를 넘기도 전에 지쳐서 쓰러진다. 지쳐서 쓰러지나 걸어가나 비슷할 테니, 거북이는 걸어가기로 했다. 푸르던 하늘이 붉게 물들어갔다.

거북이는 언덕 두 개를 넘어서 열려 있다는 게이트를 향해 걸어갔다.

"일어나. 토끼야. 게이트다."

"거북이야. 정말 고마워. 저 게이트를 넘어가면 내가 도와줄게. 같이 넘어가자."

거북이의 등에는 토끼가 올라가 있었다. 거북이가 지쳐 쓰러져 있는 토끼를 업고 언덕을 넘어 온 것이다. 거북이는 별것도 아니라는 듯이 씩 웃었다. 토끼와 거북이는 사이좋게 게이트를 넘었다.

여백이 아닌 분홍

거북이가 열심히 달리는 사이 토끼는 저만치 멀리, 꼬리털 하나 보이지 않을 만큼 멀리 달려가 있을 거야. 그리곤 눈 깜짝할 새에 사라져버리겠지. 어디로 간 걸까? 우주선이 날아와 토끼를 데려갔나? 지루함을 견디지 못해 집으로 돌아가버린 걸까? 거북이는 후자이길 바라며 열심히 달려갔어. 느릿느릿. 거북이가 힘껏 지나온 길에는 비 온 뒤라는 걸 증명하듯 질척질척하게 발자국이 남아 있어. 거북이가 마침내 토끼가 사라진 장소까지 도달했을 때, 토끼의 발자국도 딱 거기서 끝나 있는 거 있지. 거북이는 심장이 발까지 무겁게 내려앉는 기분이었어. 무거워진 몸에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어. 상상할 수 있겠니? 보슬보슬 폭신폭신 솜털 가득한 토끼를 더 이상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걸! 거북이는 마음을 굳게 먹기로 했어. 소중한 존재를 잃을 수 없잖아. 분명 범인은 하나야. 발자국이 이어져 있지 않다는 걸 보면, 한 달 전에 이사 온 집채만 한 수리부엉이가 분명해. 토끼를 휙 하고 낚아채서 잡아갔을 거야. 괘씸한 수리부엉이. 거북이는 이를 갈며 수리부엉이의 둥지가 있는 곳으로 힘껏 달려갔어. 느릿느릿.

나는야 자수랍니다

장례 장소는 산속 오두막, 공기 좋은 곳에서 조명은 은은한 주황빛 조명을 쓰고. 콘셉트는 귀족, 중세시대. 이에 맞춰 옷은 드레스와 정장인데 모두 무도회처럼. 배경으로 깔 음악은 어쿠스틱 카페의 <Last Carnival> 혹은 방탄소년단의 <낙원>. 제 사진은 되도록 보정 하나도 안 하고 밝게 웃고 있는 사진이었으면 좋겠네요!

따봉도치

특이할 수도 있지만 저는 장례식을 치르고 싶지 않습니다. 제 장례식에 아무도 안 왔으면 합니다. 제가 사랑하던 이들이 제가 떠남으로써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죽었다고 모이는 것 자체가 추모하고 추억하는 것이기 때문에 굳이 저와의 기억들을 꺼낼 필요 없이 그냥 그런 사람이 있었지~ 하며 흘려보내주었으면 합니다. 장례식이 있다고 한다면 저를 화장한 가루를 나무 거름으로 주는 것이 끝일 것 같네요.

영하

장례식 컨셉은 할로윈. 드레스코드는 할로윈 분장이고 테마파크처럼 가벼운 분위기이다. 공기에선 달달한 호박 파이 냄새가 나고 식사는 소울 케이크, 구운 호박씨, 호박빵 등 할로윈에 먹는 음식을 낸다. 잭오랜턴 모양의 홀로그램 기기에서 내 사진이 튀어나와서 사람들을 놀래는 소소한 이벤트도 있다. 시신은 뱀파이어들의 관처럼 생긴 길쭉한 육각형 관에 넣어서 땅에 묻어주었으면 한다. 무덤 주변에는 색색의 장미 넝쿨이 심겨 있다.

만약 내가 죽으면? 가든이면 좋겠어. 귀신들 바글거리는 장례식장보다는 푸릇푸릇한 정원이 화사하잖아. 드레스코드는 주변의 시선을 생각해서 다들 블랙 앤 화이트로 하자. 조화 대신 내 관 앞에는 수레국화를 놔둘 거야. 하얀 국화보단 파란 국화가 칙칙하지도 않고 이쁘잖아? 또 꽃말도 행복감이래. 내 죽음에 찾아온 사람들이 울지 않았으면 해. 장례식에 돈 봉투 대신 라일락 묘목 하나씩 가지고 와줘. 택배비 포함 20,000원이면 해결되더라. 꽃말은 안녕이야. 이번 생은 안녕. 다음 생에선 또 다른 모습으로 보아. 언제든, 어느 시간 때든. 분명 기억을 못할지도 몰라. 어쩌면 길거리에서 스쳐 지나갈지 모르지. 그렇지만 분명 우리들은 다시 또 만날 거야. 인연은 그런 법이니까. 또 셀프로 수레국화 한 송이씩 가져가도록 해. 내가 대신 줄 순 없으니 행복이란 말을 가지고 가. 언젠가 다시 만날 때까지 행복하게 잘 살도록 해. 비밀의 화원이란 동화처럼. 내 주변에 라일락이 가득해지면 나 빼고, 주변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 나를 추억하진 말고, 잘 살 얘기들만 해. 그렇게 우리 삶과 죽음의 이별을 하자. 나는 가고. 너는 남고. 그럼 또 봐.

사뿐사뿐(onlydeath)

내가 가장 좋아하는 빨간 장미로 가득 채워진 관에 눕고 싶어. 그 관은 마치 백설공주가 누워 있던 유리관같이 아름답겠지. 그리고 옆에 놓인 관뚜껑에는 내가 생전 열심히 모으고 또 모았던 마스킹 테이프가 덕지덕지 붙어 있을 거야. 그 위에 붙어 있는 몇몇 스티커가 어울려, 빈티지한 관과는 다르게 상당히 키치한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어. 어디선가 은은하게 나는 과일 향과 갓 구운 쿠키의 냄새에 주방을 보니, 보통의 장례식장에서는 단 한 번도 본 적 없던 땅콩버터를 넣어 만든 쿠키가 구워지고 있을 거야. 자리에 앉은 조문객들의 앞에 놓이는 건 별사탕과 곰 젤리, 얼그레이 마들렌과 스콘이 놓여 있는 접시였으면 좋겠다. 이왕이면 접시에 귀여운 딸기나 체리, 혹은 작은 꽃이 오밀조밀하게 그려져 있길 바라. 음식을 먹다 보면 어느샌가 느껴지는 일랑일랑의 향에 주변을 살피게 될 거야. 그 향은 분명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피우는 향에서 나는 걸 테지. 맞아, 제일 중요한 영정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안 했네. 내가 제일 잘 나왔다고 자부하는 사진으로 만든 영정사진 액자의 좌우로는 내가 사랑했던 수많은 이야기 속에서도, 정말 소중히 여겼던 등장인물들의 물건으로 장식하고 싶어. 내가 가는 길의 끝에서 나보다 조금 이른 이야기의 결말을 맞이했던 그들이 반겨 주었으면 좋겠다.

제작자들이 실험하는 언어 중력 탈출기

ooog 탐사일지

러제

이번 언어실험이야말로 극강의 난이도였습니다. 신조어, 줄임말은 의식적으로 피할 수 있었지만 외래어는 쓰지 않으려는 노력을 단단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예상치 못한 곳에서 튀어나오더군요. 우리말로 말하고 있는데도 머릿속으로 '앗, 외래어인가…?' 하며 혼란에 빠졌습니다. 머리와 입이 따로 놀고 있는 것만 같았어요. 의식적으로 쓰지 않으려고 한 적이 없다 보니 외래어가 혀에 붙어 있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피자는 어떻게 말했어야 할까요?

신조어: 💯, 줄임말: 💯

외래어: 뉴스레터(Newsletter), 소유(しょうゆ), 올(All), 체인점(Chain+店), 피자(Pizza)

시그니처_K

평소 즐겨 보던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서 볼 때만 해도 그다지 어렵지 않게 느꼈었는데 막상 제가 직접 해보니 여간 힘든 게 아니었습니다. 말투부터 예능 톤으로 바뀌더라고요. 제 언어 뿐만 아니라 이제는 곳곳에 외래어가 많이 녹아 있음에 놀랐습니다. 국립국어원의 순화 표현들도 조금씩 찾아보고 제 나름대로 순화 표현을 고민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첫 언어실험에서도 일절 쓰지 않았던 ‘헐’은 오늘 왜 나온 걸까요? 

신조어: 헐, 줄임말: 💯

외래어: 체크(Check), 베이스(Base), 메뉴(Menu), 펜(Pen), 디자인(Design)

요샛말을 골라 쓰며 어중된 젊은이로 살았다. 유행 좇기에 익숙해져 있던 탓인지 실험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아니나 다르랴. 자리로 곧 돌아가겠다며 무심결에 동료들에게 ‘곧감(곧 간다는 뜻으로, 먹는 ’곶감‘과 발음이 같아 널리 퍼지게 된 신조어)’이라는 한물간 유머를 던졌다가 경고를 받았다. “곶감이 먹고 싶어서 그랬어요!” 항변하다가 순순히 실수를 인정했다. 하하하. 짧은 언어실험에 참여하면서 깨달은 바는 다음과 같다.(아래의 내용은 순전히 개인적 경험에 따른 것이다.) 첫째, 우리말로 대체하기 어려운 외래어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둘째, 신조어/줄임말/외래어로 말하면 적확한 의도를 가지고 단어를 사용하기보다 두루뭉술하게 생각하고 표현하는 데 길이 든다. 가령, ‘콘텐츠(Contents)’ 등과 같이 많은 하위 요소들을 내포할 여지가 있는 높은 층위의 어휘를 즐겨 사용하는 경우가 그렇다(자기반성이다.). 셋째, 말을 잘 다루는 사람일수록 앞의 세 가지로부터 자유롭다. 신조어/줄임말/외래어 없이도 표현의 장벽을 크게 느끼지 않고 언어를 구사한다는 것이다. 마지막 언어실험은 이렇게 끝!

신조어: 곧감~곶감!, 줄임말: 💯

외래어: UCC(User Created Contents), 이벤트(Event)

한철

브랜드, 마케팅, 타깃, 컨펌, 체크, 피드백…. 특히 업무 환경에서는 경제적이란 이유로 외래어에 안일해집니다. 바쁜 마음과 제한된 주제 그리고 매일같이 만나는 동료들과의 회의라서 보다 느슨합니다. 그리고 열이 올랐던 시간이 지나면, ‘외래어 없이 사업을 논의할 수는 없을까?’ 종종 생각합니다. 동일 선상에서, ’말문이 막혔습니다’ 작업물 또한 아쉬움이 남던 차에, 언어 실험 덕분에 사뿐했던 관심 위로 무게를 얹을 수 있었습니다. 언젠가 언어의 상업성에 의지하지 않고 상품을 정체화할 수 있기를 제 자신에게 바랍니다. 재밌었습니다.

신조어: 💯, 줄임말: 💯, 외래어: 💯

맞춤법, 띄어쓰기 한 조각 더하면 당신도 첨(+)문학자!

첨문학자🔭

1) 들르다, 들리다

‘들리는’ 말론 여기가 꼭 ‘들러야’ 하는 곳이래.

“에이, 이건 당연히 알죠. ‘들르다’는 잠시 들어가 머무른다는 뜻이고, ‘들리다’는 ‘듣다’의 피동사잖아요.”

맞아요! 본래의 어형만 놓고 본다면 구분이 크게 어렵지 않아요.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바로 ‘들르다’가 활용할 때예요.

“잠깐 저기 들렸다 가자.” (x)

한 번쯤 들어보았음 직한 표현이지요? 이 표현이 왜 틀렸는지 알기 위해서는 문법적인 설명이 조금 필요해요. 동사, 형용사가 활용할 때 변하지 않는 부분을 ‘어간’, 변하는 부분을 ‘어미’라고 합니다. ‘들르다’에서 어간은 어느 부분일까요? ‘들르고, 들르면, 들르는, 들러서, 들렀다’에서 공통적으로 원형 ‘들르다’의 흔적이 남아 있는 부분, 즉 ‘들르-’가 어간입니다. 그렇다면 ‘들리다’의 어간은 ‘들리-’가 되겠지요. ‘들르다’, ‘들리다’를 혼동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 어간을 그대로 두고 어미를 결합시켜 보면 돼요. 예컨대 ‘들르-’에 ‘-었다’를 붙이면 ‘들르었다(들렀다)’가 되고, ‘들리-’에 ‘-었다’를 붙이면 ‘들리었다(들렸다)’가 되겠지요?

들르다 → 들르고, 들르면, 들르는, 들러서, 들렀다

들리다 → 들리고, 들리면, 들리는, 들려서, 들렸다

그래도 어렵다면?

문장에서 헷갈리는 단어를 늘이듯 강조하여 말해 보세요. “카페 좀 들르~었다 가자.” “가는 길에 들르~어서 뭐라도 좀 사려고.” “들리~는 대로 적어.” 뭐 하는 거냐고요?  앞에서 설명한 ‘어간에 어미 붙이기’ 과정을 거꾸로 해 보는 거예요. 일명 ‘어간 어미 쪼개기’! ‘들르다’, ‘들리다’의 뜻만 잘 알고 있다면, 이 방법으로 내가 쓰려는 표현이 올바른지 그렇지 않은지를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답니다. 천천히 소리 내어 말해 보세요. 들르~었다, 들리~었다!

… 2018년 여름 베를린에 3주간 머물며 들른(o)/들린(×) 모든 서점에서 제발트의 책을 찾았지만 거의 눈에 띄지 않았고, 나는 늘 내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일만이 흥미롭고 눈앞에서 피부로 직접 겪은 일은 글로 쓰고 싶지 않은데 그것이 왜 잘못된 일인지 왜 그런 일이 일어나게 되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는 것이다. 

정지돈, 「농담을 싫어하는 사람들」

새벽 한 시의 병원엔 규칙적인 기계음과 불규칙한 신음 소리, 당직을 맡은 의사와 간호사들의 슬리퍼 소리만이 선명하게 들렸다(o)/들렀다(×).

이동원, 「당신들의 신」

2) 그런 말하다 vs. 그런 말 하다

  A: 에잇, [① 저런 실수하는 건/② 저런 실수 하는 건] 초보들이나 하는 짓이지.

  B: [ⓐ 그런 말하지 마./ⓑ 그런 말 하지 마.] 너도 처음 배울 땐 똑같았어.

문법적으로 올바른 표현은 어느 쪽일까요?

정답은,

② 저런 실수 하는 건,

ⓑ 그런 말 하지 마. 입니다.

눈여겨 보아야 할 부분은 ‘실수’와 ‘말’이 아니랍니다. 그 앞에 있는 ‘저런’과 ‘그런’이지요. 저런 실수, 그런 말…. 이와 비슷한 구조를 우리는 유익 2호에서 만난 적이 있어요. ‘이중에 vs. 이 중에, 그중에 vs. 그 중에’ 문제에서 지시관형사 ‘이’와 ‘그’를 설명할 때, 관형사인 ‘이’와 ‘그’ 뒤에는 대개 명사가 온다고 했던 말 혹시 기억하시나요? ‘이런, 저런, 그런’도 마찬가지로 뒤에 명사가 온답니다. 그런데 만일 ‘저런 실수하는 건’, ‘그런 말하지 마’와 같이 붙여 쓴다면 어떻게 될까요? 관형사 뒤에 동사가 오니 문법상 틀린 표현이 되겠지요. “잠깐만요. 그러면 아무 때나 ‘실수 하다’, ‘말 하다’와 같이 띄어 써도 된다는 뜻인가요?” 아이고!!! 그건 아니에요.

저런 실수하는 건 (×)

저런 실수(를) ∨ 하는 건 (o)

그런 말하지 마 (×)

그런 말(을) ∨ 하지 마 (o)

사실, ‘저런 실수 하는 건’과 ‘그런 말 하지 마’에는 생략된 품사가 있거든요. 바로 목적격 조사 ‘을/를’이에요. 그러니 문장을 원래대로 풀어 쓴다면 이렇게 될 거예요. “저런 실수(를) 하는 건 초보들이나 하는 짓이지.” “그런 말(을) 하지 마.” 이제 아시겠지요? 소소한 디테일부터 꼼꼼히 챙겨서 우리말 바루기 달인이 되어 보아요!

그래도 어렵다면?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면 동사 부분을 원형으로 간결하게 표현해 보세요. ‘저런 실수하다.’ ‘그런 말하다.’ 문장이 어색하지요? 문장 성분들이 왜 그런 형태로 그 자리에 오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고 서로 조응하도록 문장을 구성한다면 더는 헷갈리지 않을 거예요.

여러분의 목소리로 더, 유익!

구독자 피드백📢

💭 글럼프가 씨게 온 웹소설 작가인데 유익 덕분에 자신감을 찾아가고 있어요. 쭉 가면 좋겠어요. 덕분에 제 장단점과 부족한 부분을 잘 알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거든요.

💭 유익을 만나기 전까지 저는 금요일을 사랑하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는데 이제는 목요일을 사랑하고 있어요. (feat. 목요일 밤)

💭 뉴스레터가 온 것을 볼 때마다 설레요. 계속 구독하고 싶어요.

보내 주신 피드백은 추후 ooog의 기획에 반영할 예정입니다. 설문에 참여해 주신 모든 구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끝맺음 인사🎈

한 달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뉴스레터 '유익'을 구독해 주시고 꾸준히 읽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첫 프로젝트임에도 아낌없이 보내 주신 여러분의 관심과 성원에, 꿈을 꾸는 듯 행복했습니다. 아쉽지만 다음 프로젝트에 집중하기 위해 유익은 이쯤에서 인사를 드리려 합니다. 추후 유익의 재발행 일정이 확정되면 텀블벅 커뮤니티와 ooog 인스타그램, 블로그를 통해 공지하겠습니다. 그러나 아직 서운해하기에는 일러요! 유익은 8월 11일 목요일 오전 8시, 특집호로 돌아올 예정입니다. 그동안 구독자님들께서 보내 주신 기발한 아이디어들, 유익 에디터에게 남겨 주신 질문들을 언제쯤 나눌 수 있을까 싶어 입이 근질거렸는데 다행히 특집호를 통해 이야기 보따리를 풀 수 있게 되었지 뭐예요. 벌써 궁금하시죠?! 여러분께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할 특집호도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곧 만나요. 아주 잠시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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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봉도치, 영하, 여백이 아닌 분홍 님 🎉